내기 골프 비결 적정규모 돈따는 법?
‘내기’하면 무조건 도박을 연상시키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내경우에는 골프를 할 때 내기를 즐기는 편이다. 특히 골프의 경우 “주말 골퍼 중에서 내기를 하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얘기할 정도다. 여러 종목의 스포츠 중에서도 유독 골프에서 내기를 많이 하는 까닭이 뭘까. 스킨스 게임, 스트로크 플레이, 올림픽 게임 등 승부를 내는 방식이 다채롭고 점수 매 기는 방식이 독특해 경기에 묘미가 있기 때문이다. 큰 금액만 아니라면, 내기 골프는 참여자들을 경기에 더욱 집중하게 도와준다.
골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집중력인데 내기 골프를 하게 되면 자연적으 로 집중력이 높아지게 되므로 스코어가 좋아진다. 둘째로 내기를 하게 되면 동 반자의 게임 내용에 더 깊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라운딩이 끝난 뒤에도 서로의 샷을 화제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인간 관계가 좋아지는 것은 필 연이다. 셋째로 승부 스타일을 통해 상대를 더 깊이 알게 된다. 마지막으로 플 레이에 최선을 다하게 된다.
최근 인기 연예인들이 내기골프 문제로 언론에 화제로 올랐다가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과연 골프에서 내기는 필요한가. 적정한 내기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골프계에선 내기골프가 뉴욕 나소컨트리클럽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일명 '2-2-2' 게임이다. 전반 나인 홀 승자 2달러, 후반 나인 홀 승자 2달러, 전체 홀 승자가 2달러씩 가져가는 식이다. 한 사람이 모두 잃어도 6달러로 부담이 없다.
우리나라만큼 내기골프가 다양한 나라도 없다. 스킨스, 스트로크, 스크라치, 조폭 스킨스, 라스베가스, 후세인 등등 헤아릴 수 없다. 내기골프 천국이다.
가장 흔한 게 스킨스 게임이다. 내 경험으론 보통 5만원씩 갹출해 매 홀 승자가 가져가는데 비교적 마음이 편하다. 일정 금액 이상 따면 OECD라는 벌칙이 주어져 승자의 독주를 제한한다.
스트로크 게임을 해도 타당 1000원 정도면 큰 무리는 없다. 하이 핸디 캐퍼에게는 로 핸디 캐퍼가 타수 차이만큼 미리 돈을 주기에 완충 역할이 가능하다. 물론 이것도 한 사람이 다 뒤집어쓰거나 타수당 배판(2배 혹은 4배)으로 불어나면 부담되기도 한다.
5만원이나 10만원씩 갹출해 홀당 경기를 치른 뒤 뽑기로 편을 만들어 스코어를 합해 승부를 가리는 게임도 많이 한다. 누구와 편이 될지 모르기 때문에 잘 치는 사람이 항상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수를 배려하는 게임이다.
조폭 스킨스도 유명하다. 스킨스 게임의 일종인데 보기나 더블보기를 하면 딴 금액의 절반을 벌금으로 낸다. 더블보기나 트리플보기를 하면 전부 토해낸다. 버디를 하면 기본 상금에다 다른 사람이 딴 금액을 전부 가져간다. 경기를 마치면 보통 한 사람에게 돈이 몰린다.
열거한 게임들은 내 경험상 가장 많이 하는 내기골프 종류와 규모다. 적당한 내기는 골프를 재미있고 몰입해서 치기 위한 자극제다. 라운드 후 딴 돈을 적절하게 배분하거나 캐디피·식사비로 충당하면 분위기도 훈훈하다.
자극을 주고받는 것도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며 이런 분배행위를 거부하는 사람도 있다. 돈을 잃어 엄청 스트레스를 받아야 독기를 품고 연습에 매달려 실력이 는다는 것이다. 금액이 크든 작든 잃어도 받지 않고 따도 일절 돌려주지 않는 원칙주의자다. 냉정한 승부사 길을 걷는 부류다.
내기 골프 비결 적정규모 돈따는 법?
■ 내기골프와 도박 어떻게 다른가
"내기골프에 너무 집착하면 우리의 나쁜 면이 나오는 것 같아. 벙커 샷을 하는데 가까이 와서 클럽이 모래에 닿는지 매의 눈으로 쳐다보는데 샷이 잘 되겠나? 공을 찾아주는 척하면서 발로 공을 누르거나 OB구역으로 차버리는 경우도 있고."
한때 내기골프에 빠졌던 친구에게 들은 말이다. 즐겨야 할 골프가 불신과 감시로 가득 차면 이미 골프가 아니다. 그리고 결국엔 룰을 놓고 분쟁이 일어나게 된다고 전했다.
사실 가벼운 내기라도 룰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래서 디벗에서 공을 옮기거나 멀리건, 컨시드 등과 관련한 룰을 미리 정하는 게 현명하다. 하지만 너무 내기에 집착해 엄격하게 룰을 들이대면 이 또한 답이 없다.
룰을 완벽하게 아는 아마추어는 매우 드물다. 대한골프협회(KGA)에 따르면 간혹 내기골프로 흥분한 사람들이 필드에서 룰을 물어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골프를 치다 말고 전화까지 해서 룰을 확인해 다시 경기를 할 정도면 얼마나 팍팍한가. 게다가 뒤 팀은 따라오고.
JTBC골프매거진이 네이버 밴드를 통해 20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60%가 '룰을 보통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룰을 잘 모른다'는 답변은 16%였으며 68%가 '룰을 위반한 적이 있다'고 했다.
"내기가 세게 붙으면 긴장과 적막이 흐르고 내 할 일만 할 뿐 입도 벙끗 안 해요. 서로가 얼마나 예민한지 자칫하면 꼬투리 잡히니까요." 경기도 여주CC 캐디가 한 말이다.
내기골프가 어떻게 도박으로 변질돼 처벌을 받을까. 대법원은 2006년 판례로 도박은 '재물을 걸고 우연한 승패에 의해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당시 하급심에서는 '우연한 승부에 의해 결과가 발생한 것이 아니고 개인 기량으로 승부가 결정돼 도박죄가 아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에서는 '내기 규모가 사회적 용인을 벗어났고 골프가 개인 기량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다'며 도박죄를 적용했다. 형법 246조에 따르면 '도박을 한 사람은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단 일시 오락 정도에 불과하면 예외로 한다'고 돼 있다. 참가자 친분이나 판돈 규모, 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박죄를 가린다.
좀 더 쉬운 개념도 있다. 게임이 목적이고 돈이 자극제이면 내기(Bet), 돈이 목적이면 도박(Gamble)이다. 유흥업소에서 팁으로 1만원을 아깝지 않게 뿌리다가도 필드에선 1000원에도 얼굴을 붉힐 수 있는 게 골프다. 굳이 내기가 아니라도 좋은 공기 마시고 잔디를 밟으면서 자기 샷에 집중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점도 명심하자.
한나절을 보낸 동반자 모두가 다음에 그 멤버들과 다시 골프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그날 골프가 성공한 게 아닌가.
스윙을 아름답게 만들려면 좋은 코치를 만나야 하지만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 려면 전략적으로 사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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